독서록 시작 & [Book#1] 그린스펀 버블(Greenspan's Bubbles)(2008)
올해 초, 2012년 내에 50권의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장르는 상관없지만 대개의 경우 거시경제 및 국제금융 관련된 책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책들도 있겠지만, 그동안이 읽다가 중지했던, 혹은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여기에 그 독서의 기록들을 남기고, 연말에 독서 결산을 한번 해볼 생각이다. 올해의 목표가 달성되면 내년에는 독서량도 늘릴 것이다. 벌써 한 해의 1/6 저물어 가는 만큼, 열심히 읽고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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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Fleckenstein & Frederick Sheehan
서론 : 그린스펀 시대의 진정한 평가 1987 - 2006
1장 : 오류로 점철된 경력 1973 - 1994
2장 : 버블의 제왕 그린스펀의 탄생 1995 - 1997
3장 : 공개시장위원회와 그린스펀 풋의 만남 1998 - 1999
4장 : 버블꾼들이 운영한 정신병원 1999 - 2000
5장 : 닷컴버블의 붕괴 2000 - 2001
6장 : 부동산시장으로 옮겨간 버블 2001 - 2003
7장 : 부동산버블의 종말, 서브프라임 사태 2003 - 2007
결론 : 두려움을 잃은 대가, 2007년과 그 이후
위 차트는 S&P500(Blue)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Red)를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며 표시해 본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의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저자에 따르면 앨런 그린스펀은 연준 의장을 맡기 전, 자신의 컨설팅회사 타운센트그린스펀의 회장, 여러 정부위원회,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등을 맡았는데, 이때부터 이미 경제에 대한 형편없는 예측능력을 보였고 이는 그의 임기 19년간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앨런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FOMC와 기타 의회에서 한 발언과 금리결정 과정에 보여준 말과 행동을 통해 1995년에서 2000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버블과 버블의 폭발, 2003년에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의 부동산 버블과 금융위기의 책임이 그린스펀에게 있으며, 그는 결코 '마에스트로'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울 만큼 경제에 밝고 유능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위 차트를 그려나가면서 느꼈던 것은 버블의 역사는 몇 번이고 계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인간들은 버블과 버블 이후의 위기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한다는 것이고, 정책자들이 무능하거나, 혹은 위기를 '고의적'으로 무시할 경우 역사는 예외없이 '창조적 파괴'를 인간이 맛보게 한다는 것이다.
허나, 그린스펀의 권한이 세계 경제를 좌우할만큼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의장 외에도 여러명의 의사결정자들이 존재했고, 연준의 외곽과 정부에서도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정책자들과 학자들은 많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두 차례의 버블과 붕괴는 오로지 '생산성과 신기술'에 무한한 낙관적 시선을 보낸 그린스펀만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탐욕과 어리석음에 사로잡힌 모든 시장참여자들의 합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말미암은 2008년 이후의 세계 경제 위기는 '유동성의 힘'으로 해결의 기미를 보였으나, 이내 남유럽에서 촉발된 재정부실 등의 후유증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는 앨런 그린스펀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실수를 딛고, 새로운 버블의 등장을 경계하면서 느리지만, 안정적인 성장과 회복을 이뤄야할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다음에는 이 책에서도 수차례 언급된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 <<격동의 시대: 신세계에서의 모험 The Age of Turbulence: Adventures in a New World (2007)>>을 통해 그의 입장에서 본 동 시대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다.
[ 책 내용 및 각주 중 ]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잘못을 반복할 운명에 놓여 있다."
- 조지 산타야나 George Santayana, <<이성의 삶 The Life of Reason>>
- 투자 시장과 관련하여 쓰는 '버블'이란 단어는 여러 의미와 정의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관리 기업인 GMO의 회장, 제레미 그랜덤 Jeremy Grantham은 장기추세치와 비교한 가격 변동 폭이 2표준편차일 때 버블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금융사에서 최초의 버블은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이었고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버블은 각각 28번재와 29번째였다.
- 연준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성장과 완전 고용, 물가 안정, 국제무역과 결제의 지속성을 촉진하는 통화정책을 수립할 책임을 진다. 마틴 메이어 Martin Mayer는 그의 책 <<연준 The Fed>>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개시장위원회이다. 그들은 통화 조절의 방향과 시기를 결정함으로써 은행체제의 지급준비율을 올리거나(통화 흡수) 내려서(통화 방출) 나라 전체의 통화공급을 관리하며 연방기금금리와 그에 따른 시중대출금리를 올리거나(통화 흡수) 내린다(통화 방출).'
간단히 말해서 연준은 유동성을 증가시켜서 금리를 내리거나 감소시켜서 금리를 올린다. 전자는 금융완화라고 하고 후자는 금융긴축이라고 한다. 그리고 연준은 정책운용과정에서 통화를 늘리는 결정을 내리지만 실제 화폐를 찍어내는 곳은 재무부다.
- '비이성적 과열상태'는 그린스펀이 1996년 12월 5일에 미국기업재단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연설에서 사용한 단어다. "오랫동안 유지된 낮은 인플레이션은 명백히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며 그에 따라 낮아진 리스크 프리미엄은 주식을 비롯한 수익성 자산의 가격을 높여줍니다.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과거의 주가수익비율과 인플레이션율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이성적 과열상태가 자산가치를 과도하게 상승시켜서 일본이 과거 10년 동안 겪었던 예상치 못한 장기 불황을 초래할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비이성적 과열상태라는 단어는 그린스펀 자신이 버블이 형성된 주식시장을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곧 그러한 우려와는 별개로 그린스펀이 어떤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으며, 그 점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명확해졌다.